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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인의 욕망과 결핍으로 읽는 시대의 초상

by Delivery of information 2025. 9. 11.

위인의 욕망과 결핍으로 읽는 시대의 초상

위인전, 문학, 영화 속 인물들은 왜 늘 갈등 속에 서 있을까?

인물의 욕망과 결핍을 따라가다 보면, 단순한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서 그 인물이 살아간 시대의 욕망과 가치관까지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외형적으로는 성공, 명예, 자유 같은 욕망을 쫓지만, 그 이면에는 사회가 강요한 결핍과 구조적인 한계가 얽혀 있죠. 위인전, 영화, 소설 속 인물들이 겪는 갈등과 변화는 결국 그 시대가 무엇을 갈망하고 두려워했는지를 말해주는 상징적인 장면이 됩니다. 오늘은 그런 인물들의 욕망 구조를 통해, 시대의 단면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외적 욕망 vs 내적 욕망: 인물은 무엇을 바라고 있었을까?

욕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외적 욕망과, 마음속 깊이 숨겨진 내적 욕망이죠. 예를 들어, 영화 『살인의 추억』의 형사들은 ‘범인을 잡겠다’는 외적 욕망을 따라 움직이지만, 그 속에는 ‘무능한 자신을 증명하고 싶다’는 내적 갈망이 숨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욕망은 군사정권 아래의 권위주의, 수사 인프라의 부재라는 시대적 결핍과 충돌하며 갈등을 빚습니다.

결국, 인물의 욕망은 시대의 벽을 만나 갈등을 낳고, 그 갈등은 관객에게 시대의 모순을 그대로 보여주게 됩니다.


결핍은 인물을 막지만, 동시에 이야기를 이끈다

욕망을 밀고 가는 힘이 있다면, 결핍은 그 욕망을 가로막는 장애물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 결핍이 인물의 변화를 가능케 하죠. 위인이든, 허구 인물이든 마찬가지입니다.

가난, 무지, 신분, 제도, 편견 등 인물 앞에 놓인 결핍은 단순한 설정이 아니라, 시대가 인물에게 지운 짐이기도 합니다. 카네기나 벤저민 프랭클린이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단지 그들의 능력이 아니라, 시대가 그들에게 무엇을 갈망했는가를 반영하는 거죠.


위인전의 변화: 사회가 영웅에게 기대한 욕망은 무엇이었나

한국에서 위인전이 본격적으로 소개된 시기는 20세기 초. 식민지 시대를 지나며 교육과 자본주의 가치가 강조되기 시작한 시점입니다. 이때 등장한 위인은 단지 ‘영웅’이 아니라 ‘성공한 사람’이었습니다.

공을 세운 장군보다, 가난을 이겨낸 기업가가 더 주목받았던 건, 그 시대가 ‘사회적 헌신’보다 ‘물질적 자립과 성장’을 더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입니다.

시대 대표 위인 반영된 사회 욕망

일제강점기 에디슨, 링컨 근대화, 자수성가
1960년대~80년대 카네기, 프랭클린 경제성장, 교육열
1990년대 이후 스티브 잡스 창의성, 글로벌 리더십

위인의 선택은 곧 시대의 선택이었고, 위인전은 그 시대가 원하는 인간상을 보여주는 거울이었습니다.


이야기 속 인물은 왜 늘 불완전할까?

완벽한 인물은 이야기를 이끌 수 없습니다. 반대로, 결핍이 명확한 인물은 강한 서사를 만들어냅니다. 영화 『로제타』의 주인공은 매 순간 삶의 무게에 눌려 고군분투합니다. ‘직장을 얻고 싶다’는 외적 욕망은,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내적 갈망으로 연결되며, 그 과정을 통해 관객은 청년 실업과 계급 격차라는 시대의 결핍을 보게 됩니다.

이처럼 인물이 지닌 개인의 욕망은 그 자체로 사회와 시대를 비추는 렌즈가 됩니다.


인물의 심리 구조, 갈등을 통해 입체화된다

외적 욕망과 내적 욕망이 일치하면 인물은 단순하고 직선적으로 행동합니다. 그러나 일치하지 않을 때, 인물은 갈등 속에서 복잡해지고, 서사는 더욱 깊어집니다.

가령, 사회적 성공을 원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신념과 충돌하는 인물은 갈등과 자기부정을 겪습니다. 이런 내적 구조는 관객에게 공감과 몰입을 선사하며, 더 나아가 “저 시대의 가치가 과연 옳았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위인전은 누구를 위해 쓰였을까?

위인전의 소비자는 누구였을까요? 아이들이었을까요? 아닙니다. 실은 부모와 교사, 나아가 사회 전체가 그 대상이었습니다. ‘이런 인물처럼 살아라’는 메시지는 결국 사회가 원하는 인간상을 주입하기 위한 문화적 도구였던 거죠.

그렇기에 위인전의 주제는 시대가 바뀔수록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시기 위인전의 기능 독자층의 기대

근대 초 문명 개화, 자립의식 고취 자녀교육, 성공의 롤모델
산업화기 근면·성실 강조 직업 선택, 경제성장 주체
현대 창의·다양성 존중 자아실현, 글로벌 경쟁력

결핍을 직시할 때, 시대의 욕망이 보인다

결국 인물의 욕망과 결핍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인물이 살아간 시대가 무엇을 추구했고,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보여주는 사회적 증언입니다.

욕망은 시대를 따라 바뀝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위인전, 영화, 문학, 드라마 속 인물들의 모습에 고스란히 녹아 있죠. 오늘 우리가 누군가의 삶을 통해 무엇을 감동받았다면, 그건 결국 우리도 같은 시대의 욕망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